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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가는 아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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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르포] 신동아 6월호
매일 33명씩 집 나가는 아내들
채팅으로 눈맞고 카드빚에 몸팔고
‘가출 아내’ 한 달 1000명 시대.
카드빚과 외도로 인해 집을 나가는 아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가출 아내는 외도 상대와 살림을 차리거나, 노래방 도우미를 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하고 찜질방을 전전하기도 한다. ‘가출 아내’는 이혼의 전주곡인가, 여성의 독립선언인가.
“가 출할 당시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아내와 싸운 적도 없고요. 그런데 느닷없이 ‘애들 잘 키워주세요. 돈 앞에 무릎을 꿇게 되네요’라고 쓴 쪽지만 남기고 아내가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습니다. 처가며 아내 친구네 집이며 미친놈처럼 찾아다녔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습니다. 지금은 아내가 이 나라에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결혼생활 15년 동안 서로 아끼고 존중하며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지금 저는 폐인이 다됐습니다.”
“결혼 15년차입니다. 아내가 넉 달 전에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난 사실을 한 달 전에야 알았습니다. 아내를 추궁한 끝에 2번 잠자리를 가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를 만나서도 자초지종 얘기를 들었습니다. 잘못했다며 용서해달라고 하더군요. 그후 아내가 집을 나갔습니다. 전화로 설득해 보았지만 요즘은 연락도 안 되고 처가에서도 무조건 모른다고만 합니다. 제가 폭력을 사용한 것도 아니고 생활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을 봐서라도 용서하고 싶지만 도무지 연락이 되질 않습니다.”
“최근 4개월 동안 아내는 집을 다섯 번이나 나갔습니다. 아이를 생각해서 참고 또 참았는데 아내는 올해 2월 또 집을 나갔습니다. 이제 더이상 참기 힘들어 이렇게 도움을 청해 봅니다. 이혼을 생각하고 있는데 가능한지요. 만약 이혼이 불가능하면 나름대로 혼자 헤쳐 나가겠습니다.”
인터넷 상담 창구에 올라있는 ‘가출 아내’ 관련 사연이다. 야후, 엠파스, 네이버 등 검색 엔진에 주제어를 넣으면 집 나간 아내, 형수, 엄마를 찾아 애태우는 사연이 수도 없이 열린다. 우리 사회 아내들의 가출 현주소를 파악하기란 이렇게 어렵지 않다.
청소년 가출과 맞먹는 주부 가출
‘가출’은 그동안 사춘기 청소년들의 전유물로만 알려졌었다. 그러나 이제는 주부 가출이 청소년 가출에 육박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주부 가출자는 모두 1만2142명. 매달 1000여명, 매일 33명의 주부가 집을 나가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가출자(4만5634명) 4명 중 1명(25.6%)꼴이며, 9~19세 이하 미성년 가출자(1만4865명)와 맞먹는 수치다. 신고된 주부 가출자의 건수가 이 정도라면 신고되지 않은 가출자를 합쳤을 때 지난 한 해만 10만명이 넘는 주부가 가출을 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런 추세는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더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남성문제 상담전화 ‘남성의전화’ 등에는 아내의 가출 때문에 고민하는 남성의 상담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여 통씩 걸려온다.
한국 ‘남성의 전화’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걸려온 상담전화 2819건 가운데 30%에 달하는 857건이 아내의 가출로 인한 상담이었고, 이 중 아내의 외도와 이혼 요구에 대해 상담을 원한 경우가 575건으로 67%, 아내의 카드빚 문제와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 등으로 집을 나간 경우가 282건으로 33%를 차지했다.
‘사랑의전화’ 사이버상담센터 서상희 연구원은 “과거에는 주부 가출의 주원인이 남편의 폭력이나 외도, 고부갈등 등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경제적인 문제가 가출의 가장 큰 원인이다.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을 참지 못하거나 자신의 빚 때문에 도망가는 30대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실직과 부도 등으로 남편이 경제력을 잃자 아내들이 생활전선에 나서면서 부부의 경제권이 바뀌고 갈등이 시작된다. 돈 버는 아내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순한 남편이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또한 주부들은 창업에 실패했거나 빚을 졌을 때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대신, 채권자들에게 시달리고 가족에게 미안함을 느끼기가 싫어 혼자 훌쩍 떠나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남성의전화’ 이옥 소장은 “최근 카드빚을 비롯한 아내의 부채, 외도와 관련한 가출로 고통을 겪고 있는 30~40대 남성들의 상담 전화가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이옥 소장은 아내의 부채로 인한 가출 사례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석한다. 첫 번째는 가장으로서 남편의 위치는 날로 불안해지는데 물가는 오르고 사교육비 등 지출할 곳이 늘어나면서 아내도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려고 경제활동에 나섰다가 오히려 빚만 지고 이를 해결하지 못해 집까지 나가게 되는 경우. 두 번째는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남자를 잘못 만나거나 낭비벽으로 인해 카드빚을 지고 가출하는 경우다.
외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남자의 경우에는 관대하지만, 여자의 경우에는 여전히 비판적이어서 일단 시댁이나 친정 식구들이 알게 되면 남편이 용서를 한다 해도 살아가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아내의 외도를 남편이 알게 된 경우 남편에게 용서를 구하고 그런 대로 잘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내 쪽에서 먼저 이혼을 요구한다고 한다. 남편들 역시 아이들 때문에 가정파탄을 원치 않아 외도한 아내를 받아들이고 살기는 하지만, 잠자리에서 아내의 불륜장면이 떠올라 정상적 부부관계로 회복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남자의 일탈은 가출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다. 하지만 주부의 일탈은 가출로 이어지고, 이혼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아 더욱 문제가 된다.
남성의 전화 이옥 소장은 “사회가 달라졌다 해도 아직까지 ‘남자의 바람은 무죄’라는 통념이 남아 있어 외도를 한 남자가 집으로 돌아오기는 쉽지만, 여자의 경우는 남편이 받아들인다고 해도 가정 해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일탈을 눈감아준 남편을 고마워하기보다 이를 계기로 남편에게 “내 행복을 찾겠다”고 선언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글: 장옥경 자유기고가 writerjan@hanmail.net
매일 33명씩 집 나가는 아내들
채팅으로 눈맞고 카드빚에 몸팔고
‘가출 아내’ 한 달 1000명 시대.
카드빚과 외도로 인해 집을 나가는 아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가출 아내는 외도 상대와 살림을 차리거나, 노래방 도우미를 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하고 찜질방을 전전하기도 한다. ‘가출 아내’는 이혼의 전주곡인가, 여성의 독립선언인가.
“가 출할 당시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아내와 싸운 적도 없고요. 그런데 느닷없이 ‘애들 잘 키워주세요. 돈 앞에 무릎을 꿇게 되네요’라고 쓴 쪽지만 남기고 아내가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습니다. 처가며 아내 친구네 집이며 미친놈처럼 찾아다녔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습니다. 지금은 아내가 이 나라에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결혼생활 15년 동안 서로 아끼고 존중하며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지금 저는 폐인이 다됐습니다.”
“결혼 15년차입니다. 아내가 넉 달 전에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난 사실을 한 달 전에야 알았습니다. 아내를 추궁한 끝에 2번 잠자리를 가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를 만나서도 자초지종 얘기를 들었습니다. 잘못했다며 용서해달라고 하더군요. 그후 아내가 집을 나갔습니다. 전화로 설득해 보았지만 요즘은 연락도 안 되고 처가에서도 무조건 모른다고만 합니다. 제가 폭력을 사용한 것도 아니고 생활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을 봐서라도 용서하고 싶지만 도무지 연락이 되질 않습니다.”
“최근 4개월 동안 아내는 집을 다섯 번이나 나갔습니다. 아이를 생각해서 참고 또 참았는데 아내는 올해 2월 또 집을 나갔습니다. 이제 더이상 참기 힘들어 이렇게 도움을 청해 봅니다. 이혼을 생각하고 있는데 가능한지요. 만약 이혼이 불가능하면 나름대로 혼자 헤쳐 나가겠습니다.”
인터넷 상담 창구에 올라있는 ‘가출 아내’ 관련 사연이다. 야후, 엠파스, 네이버 등 검색 엔진에 주제어를 넣으면 집 나간 아내, 형수, 엄마를 찾아 애태우는 사연이 수도 없이 열린다. 우리 사회 아내들의 가출 현주소를 파악하기란 이렇게 어렵지 않다.
청소년 가출과 맞먹는 주부 가출
‘가출’은 그동안 사춘기 청소년들의 전유물로만 알려졌었다. 그러나 이제는 주부 가출이 청소년 가출에 육박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주부 가출자는 모두 1만2142명. 매달 1000여명, 매일 33명의 주부가 집을 나가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가출자(4만5634명) 4명 중 1명(25.6%)꼴이며, 9~19세 이하 미성년 가출자(1만4865명)와 맞먹는 수치다. 신고된 주부 가출자의 건수가 이 정도라면 신고되지 않은 가출자를 합쳤을 때 지난 한 해만 10만명이 넘는 주부가 가출을 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런 추세는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더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남성문제 상담전화 ‘남성의전화’ 등에는 아내의 가출 때문에 고민하는 남성의 상담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여 통씩 걸려온다.
한국 ‘남성의 전화’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걸려온 상담전화 2819건 가운데 30%에 달하는 857건이 아내의 가출로 인한 상담이었고, 이 중 아내의 외도와 이혼 요구에 대해 상담을 원한 경우가 575건으로 67%, 아내의 카드빚 문제와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 등으로 집을 나간 경우가 282건으로 33%를 차지했다.
‘사랑의전화’ 사이버상담센터 서상희 연구원은 “과거에는 주부 가출의 주원인이 남편의 폭력이나 외도, 고부갈등 등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경제적인 문제가 가출의 가장 큰 원인이다.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을 참지 못하거나 자신의 빚 때문에 도망가는 30대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실직과 부도 등으로 남편이 경제력을 잃자 아내들이 생활전선에 나서면서 부부의 경제권이 바뀌고 갈등이 시작된다. 돈 버는 아내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순한 남편이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또한 주부들은 창업에 실패했거나 빚을 졌을 때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대신, 채권자들에게 시달리고 가족에게 미안함을 느끼기가 싫어 혼자 훌쩍 떠나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남성의전화’ 이옥 소장은 “최근 카드빚을 비롯한 아내의 부채, 외도와 관련한 가출로 고통을 겪고 있는 30~40대 남성들의 상담 전화가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이옥 소장은 아내의 부채로 인한 가출 사례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석한다. 첫 번째는 가장으로서 남편의 위치는 날로 불안해지는데 물가는 오르고 사교육비 등 지출할 곳이 늘어나면서 아내도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려고 경제활동에 나섰다가 오히려 빚만 지고 이를 해결하지 못해 집까지 나가게 되는 경우. 두 번째는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남자를 잘못 만나거나 낭비벽으로 인해 카드빚을 지고 가출하는 경우다.
외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남자의 경우에는 관대하지만, 여자의 경우에는 여전히 비판적이어서 일단 시댁이나 친정 식구들이 알게 되면 남편이 용서를 한다 해도 살아가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아내의 외도를 남편이 알게 된 경우 남편에게 용서를 구하고 그런 대로 잘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내 쪽에서 먼저 이혼을 요구한다고 한다. 남편들 역시 아이들 때문에 가정파탄을 원치 않아 외도한 아내를 받아들이고 살기는 하지만, 잠자리에서 아내의 불륜장면이 떠올라 정상적 부부관계로 회복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남자의 일탈은 가출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다. 하지만 주부의 일탈은 가출로 이어지고, 이혼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아 더욱 문제가 된다.
남성의 전화 이옥 소장은 “사회가 달라졌다 해도 아직까지 ‘남자의 바람은 무죄’라는 통념이 남아 있어 외도를 한 남자가 집으로 돌아오기는 쉽지만, 여자의 경우는 남편이 받아들인다고 해도 가정 해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일탈을 눈감아준 남편을 고마워하기보다 이를 계기로 남편에게 “내 행복을 찾겠다”고 선언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글: 장옥경 자유기고가 writerj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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