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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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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성의전화
댓글 0건 조회 15,417회 작성일 04-04-1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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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根美의 심층취재] 한국의 이혼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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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쌍이 결혼하면 한 쌍이 이혼한다. 여자가 참고 사는 시대는 지났다. 여자는 빨리 변하는데 남자의 적응이 느리다. 경제력이 性的 능력도 문제인 남편을 참아줄 아내는 없다. 무능하면서 의심도 많은 남편은 이혼 0순위. 그러나 이혼한 후가 더 괴롭다는 사람들도 많다

李根美 자유기고가(gosus@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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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은 결혼의 필수 품목?

▶ 주요내용

이혼은 결혼의 필수 품목?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01년 혼인 이혼 통계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한 사람은 32만 쌍이고, 이혼한 건수는 13만 5000건이었다.

2000년에 비해 결혼은 1만4000쌍이 감소하고, 이혼은 1만5000건이 증가하여 1970년 이후 혼인율은 최저치, 이혼율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루에 877쌍이 결혼하고 370쌍이 이혼해 세 쌍이 결혼하면 한 쌍이 이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2001년에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는 6.7건, 이혼건수는 2.8건이다.

이는 일본, 대만의 이혼율을 넘어 유럽 수준에 육박한 수치이다. 국가 간의 이혼율은 粗(조)이혼율로 비교한다. 粗이혼율은 그해 결혼한 사람 1000명당 이혼한 건수.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2001년 粗이혼율은 2.8건이다. UN연보에 따르면 일본의 2001년 粗이혼율은 2.3건, 대만은 2000년에 2.4건이었다. 우리나라의 粗이혼율은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

미국은 1998년에 4.2건, 뉴질랜드는 1998년에 2.7건, 영국은 1996년에 2.9건, 호주는 1999년에 2.8건이었다. 국가마다 통계수치 발표시기가 다 달라 국가 간 이혼율을 단순비교하기는 힘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가족팀장 金勝權(김승권) 박사는 『유럽의 경우 동거 인구가 많아 이혼율이 실제보다 낮게 나온 경향이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통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주변에 이혼자들이 많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요즘 세태를 반영하듯 결혼한 여성이 미혼인 옛 애인과 관계를 지속하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가 절찬리에 상영되고, 유부남이 옛 애인과 불륜을 저질러 이혼하고 이혼당한 여자가 또 다른 유부남과 불륜관계를 맺는 「위기의 남자」라는 TV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사람들」의 宋吉源(송길원) 대표는 미디어의 영향으로 불륜과 이혼이 아무 거리낌없이 전파되고 대중은 세뇌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예전에는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해왔던 것이 이제는 훈장처럼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이혼이 결혼의 필수품목이라는 우스개까지 나오고 있는 지경입니다. 우리 사회가 좋지 않은 쪽으로 선진화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혼율이 하루 아침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아니라 점차적으로 조금씩 늘어났으며, 全세대에 걸쳐서 이혼이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30년 전인 1970년 비해서 이혼율이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통계에서 이혼한 사람의 동거기간을 살펴봤을 때 결혼한 지 4년 미만인 커플의 이혼이 30.5%로 가장 많았다. 결혼생활 10년 미만으로 확대하면 54.4%에 이른다. 10∼19년은 34.3%였으며 20년 이상 함께 산 부부의 「황혼 이혼」은 11.3%로 10년 사이에 세 배 가량 늘었다. 평균 이혼연령은 남자 40.2세, 여자 36.7세로 나타났다. 이혼 당시 20세 미만의 자녀를 두고 있는 경우는 70.3%였다.

이혼 폭발의 원인은 재산분할 청구권 인정 ....

통계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혼 사유는 부부불화(가족 간 불화 포함)가 74.0%로 가장 많았고, 경제문제(11.6%), 건강문제(0.7%) 등의 순이었다. 부부불화로 인한 이혼은 1990년 84.9%, 1995년 83.0%, 2000년 74.5%로 감소한 반면 경제문제는 같은 기간 2.0%, 2.9%, 10.7%로 급증하는 추세이다.

대체적으로 1990년부터 이혼이 점차 늘어나다가 1997년 외환위기로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면서 이혼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1999년부터 활성화된 인터넷 사이트도 이혼율 상승에 한몫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혼 관련 변호를 많이 하는 고순례 변호사는 『1991년부터 이혼할 때 여성이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이혼을 쉽게 결정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진단한다. 그 이전에는 이혼할 때 여성은 위자료를 받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1991년부터 맞벌이 부부는 재산의 50%, 전업주부는 30%의 재산분할을 법적으로 보장받게 되었다.

남편의 잘못으로 이혼을 하게 되었을 경우 보통 2000만∼3000만원의 위자료를 받는다.

부부에게 2억원짜리 집이 있을 경우 전업주부는 약 7000만원의 재산과 위자료 3000만원을 합쳐 1억원을 받게 된다. 양육비는 보통 매월 30만∼50만원線이지만, 이는 집행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고순례 변호사는 여성의 경제적인 독립이 이혼율 상승에 작용한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기만 하면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남자들이 40代에 직장을 잃으면 어디 가서 다시 일하기 힘들지만 여자들은 50, 60代에도 얼마든지 일할 데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경제적인 문제로 이혼을 망설이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6호 사유」로 인한 이혼 급증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 사유를 여섯 가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1호에서 5호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항이다. 배우자 부정, 배우자가 상대방을 유기하였을 때,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배우자의 生死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등이다.

제6호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었을 때」인데 요즘은 이른바 6호 사유로 이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來談者 5128명(남 619, 여 4509)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남성이든 여성이든 6호 사유로 이혼을 원하는 사람이 43.5%로 가장 많았다. 6호 사유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남녀 모두 「성격 차이」였다. 그 다음으로 여자는 경제갈등, 배우자의 이혼강요, 빚, 주벽, 생활 무능력 순이었고 남자는 배우자의 이혼강요, 생활양식 차이, 경제갈등, 性的(성적)갈등을 꼽았다.

▶「한국 남성의 전화」가 2001년에 이혼을 고려하고 있는 남성 1906명에게 사유를 물어봤을 때, 「배우자의 외도와 부정」이 575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아내의 가출과 별거, 성격 차이, 아내의 폭력, 아내의 부채, 아내의 술과 도박 순이었다.

여성 상담자가 80%를 차지하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와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국 남성의 전화」, 등은 부분적으로 의견을 달리했으나 대체적으로 이혼의 양상이 달라졌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이혼을 요구하는 여자들이 많아졌으며, 남자들이 예전처럼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가는 이혼당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했다.

高학력 사회에서 良質(양질)의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우리 사회의 활발한 여성운동으로 의식이 많이 바뀌었으며, 다양한 분야로의 사회 진출로 여성들에게 경제력이 생겼다는 것을 남자들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여자들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남자들은 아직도 가부장적 사고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알 것 알고, 가질 것 가진 여자들이 예전처럼 참고 살지 않기 때문에 남자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것이 취재에 응한 대부분 사람들의 충고였다.

『이혼문제에 있어서 그동안 여자는 피해자고 남자는 가해자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남자들이 하소연할 데가 없어 끙끙대고 있어요. 기죽은 남성들이 많습니다. 요즘 여성들은 조금만 불이익을 당하면 「왜 살아?」라고 말합니다. 요즘 남편들, 강한 척했다가는 아내에게 맞아 죽어요. 물리적인 폭력만 폭력이 아닙니다. 여자들의 정서적 폭력을 남자들이 두려워합니다. 여자들이 인상 쓰면서 「웃기지 말라」는 등 「언어 폭력」을 쓰거나 싸늘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눈동자 폭력」이 물리적 폭력 이상으로 무서운 겁니다.

남자들이 설 자리가 없어요. 그래서 늦게 들어가려고 술집에서 술 마시고 들어가자마자 쓰러져 자는 거지요. 여자들도 할 말이 많겠지만 남자들도 억울합니다. 뼈 빠지게 돈 벌어다 주고 싫은 소리 듣는다며 많이 괴로워하죠』

이번 취재에 응한 결혼 관련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맞벌이를 하는 한국 남성들의 家事 분담은 이제 정착됐다』고 했다. 맞벌이를 하면서 아직 家事를 분담하지 않고 있는 남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일부 남자들은 바람나서 집을 나간 아내가 돌아오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수준까지 되었다는 것이다.

『요즘 남자가 바람나면 여자들은 참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람난 아내가 제발 돌아오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남자들이 많습니다. 정작 아내가 돌아와 같이 살면 용납을 못 해 속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아직 우리 정서나 문화상 서로가 극복을 못 하는 부분이죠』

▶「한국 남성의 전화」(02-2652-0456) 이옥 소장은 1990년에 기독상담센터를 개설하여 가정상담을 하다가 남성들의 입장을 알게 되어 1995년에 「남성의 전화」를 개설했다. 여성의 입장에서 남성을 이해하기 때문에 남성들의 호응이 좋다고 한다. 「한국 남성의 전화」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아내로부터 이혼 요구를 당하고 이혼하지 않을 방법을 찾는 남성들이라고 한다. 아내가 外道(외도)를 해도 참고 가정을 지키려는 남자들의 전화가 많다고 한다.


『외도한 아내를 어떻게 남편이 받아들이느냐는 말들을 하지만 이혼을 생각해 본 적 없는 남자가 어느 날 느닷없이 이혼 요구를 받으면 망연자실하게 되지요. 가정만 바라보고 열심히 살아온 가장들이 자식의 장래 문제와 사회적 이미지를 생각해서 이혼을 결심하지 못하는 겁니다.

여자들이 이혼하면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당한다지만 남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자가 독신으로 살면 취업에 제한을 받고 사업을 할 때 돈거래를 하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외도한 아내가 아이들을 데려갈 리 만무하니 남자들이 자녀를 맡아야 하는데 그것도 문제죠. 남자들의 경우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 재혼하기도 힘듭니다. 현실적으로 판단해 아내를 용서하고 그냥 살겠다고 하는 겁니다. 집을 나간 아내를 몇 년씩 기다리는 남자들도 있습니다. 우리 상담자 가운데 1년 만에 돌아온 아내를 반갑게 맞은 경우도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내들의 늦은 귀가 때문에 갈등을 일으키는 일이 많다고 한다. 남편들은 아내가 회식을 하는 날 밤 10시까지는 돌아오기를 바라고, 아내들은 『자주 있는 일도 아닌데 2차 좀 가면 어떠냐』며 다툰다는 것이다.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이 문제로 심각하게 갈등하는 부부들이 많다고 한다. 한 남성은 늦게 들어온 아내의 팬티를 벗겨서 조사했다가 다음날로 아내가 가출을 해버리는 바람에 몇 주 동안 아내의 직장으로 찾아가서 백배사죄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 이옥 소장은 아내가 늦게 들어오는 것을 무조건 반대하지 말고 일주일에 몇 회로 정하는 등 횟수를 제한하라고 권유한다. 이혼당하기 싫으면 남자들도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편들은 「아내의 2차」가 외도로 이어질까 봐 걱정한다. 실제로 요즘 유부녀와 유부남의 외도가 많다고 한다. 예전에는 유부남과 미혼 여성의 외도가 많았지만, 요즘은 거의 가정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외도가 많다는 것이다.

20代 후반에서 40代 초반까지의 기혼 여성들이 대거 몰려드는 것으로 소문난 서울 강남의 호텔 나이트 클럽에 가보았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나오는 밴드와 비슷한 연주팀이 음악을 꽝꽝 울려대는 수백 평이 넘는 홀에 유부남, 유부녀가 넘쳐나고 있었다. 그곳 웨이터가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일은 50代 남성이 부킹을 원할 때라고 한다. 50代 남성은 입장할 때부터 눈총을 받게 된다.

새벽 두 시가 넘었는데도 그들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의자까지 마련되어 있는 널찍한 화장실에서 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어디론가 전화를 해 『일이 많아 좀 늦을 거다』고 말하는 주부들도 있었다.

뜻밖에도 나이트 클럽에서 안면이 있는 남자를 만났는데 두 명의 일행과 함께였다. 그들은 전문직을 가진 30代 유부남들이다. 『왜 여기 왔느냐』고 묻자 『부킹이 가장 잘 되는 곳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밤늦게까지 마음껏 놀아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는 대한민국의 유부남들이 이제 몰려나온 유부녀들과 함께 어울리고 있었다. 서울 강남에만 부담 없는 유부녀들이 몰려드는 「물 좋은」 나이트 클럽이 여러 군데 성업 중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경우 상담자의 80%가 여자이다. 이곳에 와서 상담받는 여성들의 하소연이 곧 이 시대의 이혼 원인이 될 수 있다. 朴昭鉉(박소현) 상담위원은 여성이 상담을 많이 받는 현상은 아직도 여자들이 결혼생활에 있어서 피해를 본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혼 상담에서 전통적으로 많은 항목은 폭행과 외도지만 요즘은 새로운 양상이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  장모 때문에 이혼하는 경우 많아 ......

특히 결혼 1∼2년차 신혼 부부의 상담이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한다. 예전에는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갈등이 많았으나 요즘은 사위와 장모의 갈등이 많다고 한다. 자녀가 많지 않은 시대여서 「귀한 딸」이 조금만 불이익을 당하면 처갓집에서 절대 참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고부 간의 갈등 때문에 며느리들이 고통받고 이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장모 때문에 이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딸 하나를 둔 장모들은 「어떻게 키운 딸인 줄 아느냐」며 사위의 행동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모보다 더 못 참는 쪽은 장인들이다. 요즘 40代 후반에서 50代 초반의 아빠들은 딸을 끔찍이 아껴 사위가 딸에게 잘못했을 경우 바로 딸을 집으로 데리고 가버린다.

선진국일수록 장모가 개입하여 이혼하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미국의 조크 가운데 『重婚(중혼)의 가장 큰 형벌은 두 명의 장모가 생기는 것이다』고 할 정도로 선진국에서도 장모들이 이혼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자녀 생기기 전에 이혼」이 상책

예전에는 출가한 딸에게 「시집 귀신이 되라」고 했지만 이제 그런 얘기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됐다고 한다. 당사자끼리 해결을 하지 않고 어머니에게 고자질해서 사건을 크게 만드는 「마마걸」과 「마마보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중이다.

결혼 전문가들은 『문제 있는 부부라면 자녀가 생기기 전에 이혼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한다. 말도 안 되는 사소한 일로 이혼하는 부부들이 늘어나는 것도 요즘의 새로운 풍속도이다.

朴昭鉉씨는 변화하지 않는 남편들은 이혼 대상 1순위라고 경고했다. 가부장적인 사고를 가진 남자들이 과감히 그 틀을 깨야 한다고 충고한다.

『남자들은 젊은 분들이나 나이 든 분들이나 상담 내용이 거의 비슷합니다. 「무시한다, 마누라가 제멋대로다, 밥도 안 차려 준다」는 내용이죠. 그런 남자분들과 대화를 해보면 아내와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전업 주부의 가사노동과 자녀양육을 인정하지 않고 맞벌이를 요구하는 남자들도 많습니다. 특히 황혼 이혼을 하려는 여성분들은 한결같이 「평생 무시당하고 살았다. 남은 여생을 조금이나마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하소연합니다. 여성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이제 참고 사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朴昭鉉씨는 가정은 아내와 같이 꾸려 나가는 것이라는 진리를 남자들이 잊지 않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IMF 이후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진 남편이 생활전선에 대신 뛰어든 아내를 의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무능력한데다 의심까지 하는 「간큰 남편」들은 이혼 대상 0순위라고 한다.

남성들이 집에 가서 함부로 직장 상사를 비판하거나 유능한 사람을 헐뜯는 것도 삼가는 것이 좋다. 朴昭鉉씨는 여성들이 가장 못 참아 하는 것이 바로 존경할 수 없는 남편이라고 일러준다.

『TV를 보면서 유명인사를 습관적으로 비판하거나 직장 상사를 헐뜯는 남편을 보면서 정말 한심했다는 상담자들이 많았어요. 특히 자신은 올바르게 행동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남편을 아내들은 싫어합니다. 남편이 거짓말하고 사기치고 나쁜 짓하는 걸 알고 이혼을 결심했다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朴昭鉉씨가 상담하다가 가장 화가 나는 경우를 소개했다.

『결혼하기 전에 「이 사람이 아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답답합니다. 그럼 왜 결혼했느냐고 물으면, 뚜렷이 다른 代案이 없었고 기왕에 결혼하기로 했는데 깨기도 그렇고 해서 결혼했더니 역시나 아니더라는 겁니다. 주변에서 결혼 적령기가 되었거나 넘었다고 결혼을 재촉하면 이혼으로 연결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결혼 기피, 晩婚(만혼) 등도 이제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  여자는 빨리 변하는데 남자는 적응이 느리다 ....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梁貞子(양정자) 원장은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재직 시절인 1984년에 LA지부를 설치하느라 1년 간 미국에서 지낼 때의 일을 소개했다. 당시 이민 간 한국 남성들이 미국 사회에서 적응을 못 하던 모습과 요즘 우리 사회의 남자들과 유사한 면이 많다고 한다.

『이민 사회에서는 부부가 맞벌이를 해야 하는데 남자들이 집에 돌아오면 손가락도 까딱하지 않아 그 일로 불화를 빚는 가정이 많았어요. 가부장제下에서 여자들만 피해를 본 게 아닙니다. 남자들도 굉장한 피해자입니다. 여자들은 「아내는 순종하고 어머니는 희생하라, 며느리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신부학교나 주부학교는 있지만 신랑학교, 남편학교는 없잖아요. 남자들은 남편 교육, 아버지 교육, 사위 교육을 도무지 받지 못했어요.

남자들이 옛날처럼 군림하다가는 큰코 다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여자들은 빨리 변하고 있는데 지금 남자들은 적응을 못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남자들은 돈도 벌어오고 집안 일도 잘하는 슈퍼우먼을 기대합니다. 여자들도 반드시 남자가 돈을 벌어와서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바꾸어야지요. 남자가 능력이 없을 때는 여자도 나서야 합니다』

梁貞子 원장은 혈통중심의 호주제도가 없어져야 하며, 그로 인해 姓(성)과 本(본)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여성들에게 불리한 가족법, 민법, 사회보장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부는 서로 협조하는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남자들이 여자들을 인격적으로 대접해야 합니다. 남자가 적응 못 하면 남자만 불행해집니다. 여자는 자생능력이 있지만 남자는 조력 없이 혼자 살기는 힘들어요. 남자들이 바뀌지 않으면 이혼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梁貞子 원장은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하여 법적으로만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부부들이 많다며 그들까지 합치면 이혼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朴昭鉉 상담위원은 40代 남성들이 이중 삼중의 고통을 호소하는 일이 많다고 전한다. 40代 남자들은 아내들의 끝도 한도 없는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40代 남자들은 늘어난 일 때문에 시달리는데 아내들은 생활의 質과 대화를 원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40代 남편들이 과도한 일에 시달린다는 것을 아내들도 이해해야 합니다』

    ▶ 중년 남성 10명 중 4~5명 性기능 장애 ....

한국성과학연구소 李倫洙(이윤수·청박병원 비뇨기과 원장) 소장은 부부가 이혼할 때 내세우는 「성격 차이」 가운데 性的 불만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흔 살이 넘으면 남성은 性기능이 저하되는 데다 사회생활이 바빠지고, 여성은 30代 후반부터 性的 욕구가 강해지므로 여기서 오는 불균형도 이혼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정관 복원수술의 경우 예전에는 아이를 하나 더 갖기 위해서 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은 거의 재혼을 앞두고 찾아오는 환자들이라고 한다. 정관 복원수술 통계와 이혼율 통계가 거의 비슷하게 상승하는 중이라고 한다.

李倫洙 소장은 남성들이 결혼 전에 비뇨기과를 찾을 것을 권한다. 자신도 모르게 성병을 갖고 있다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이혼당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요즘 늦은 나이에 결혼하는 남성들이 많아 결혼 전에 性기능 체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性담론이 일간지에 실리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이다. 1992년경부터 스포츠 신문에 性문제를 질환 차원으로 다룬 기사들이 실리다가 李倫洙 소장이 1997년에 한국 성인 남성의 性실태조사, 1998년에 한국 성인 여성의 性실태조사를 내놓으면서 비로소 性담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는 1999년에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우리 사회에 性담론이 넘쳐나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性에 대해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은 것이 아니라 갑자기 개방되는 바람에 무질서하게 되었지요. 예전에는 性에 관한 지식을 받아들일 곳이 없었어요. 특히 여성들이 性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불경스럽게 생각했지요. 여성들이 잘 몰랐는데다 경제권이 없어 불만스러워도 참았죠. 하지만 性문제에 대해 알게 되고 경제력을 갖게 되자 여성들이 표현하게 된 거죠.

예전에는 여성들이 남자를 만나는 일이 힘들었어요. 요즘은 채팅을 통해서 남성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데다, 사회활동을 하면서 남자들을 쉽게 접하게 됐죠. 남성들의 생활패턴은 그대로인데 여성들은 변화한 거죠. 남자가 못 따라갑니다. 이러한 충격들이 이혼으로 이어지는 거죠. 많은 이혼에 性的인 부분이 깔려 있습니다』

李倫洙 원장은 남성들이 性에 관해 터놓고 얘기하는 걸 좋아했지만 여성들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어떤 면에서는 지금 뒤통수를 맞고 있는 거라고 했다.


李倫洙 원장은 요즘 남자들이 확실히 주눅 든 것을 느낀다고 말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性기능에 대한 상담을 하러 온 남자들에게 수술을 권하면 「그렇게 까지 할 필요 있나」, 「아내가 요구하지 않는다」며 대부분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1999년 이후 性기능 강화를 위한 수술 환자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청박병원 비뇨기과에 찾아오는 환자들의 90%는 40세부터 60세까지 중년 남성들이다.

중년 남성의 10명 중 4∼5명이 性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병원을 찾는 사람은 이 가운데 1명도 채 안 된다고 한다. 李倫洙 소장은 흔히 부부 문제를 대화로 풀라고 말하지만 『性기능 문제는 대화가 아닌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아내들은 남편이 밤에 멀리하면 性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보다는 바람 피우는 거 아니냐, 애정이 식었다고 의심한다는 것이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의 시어머니는 性기능 문제로 아들과 며느리 사이에 불화가 생기면 며느리를 이상하게 여기면서 야단쳤지만, 이제는 시어머니가 서둘러 아들을 병원으로 보내는 시대가 되었어요. 이혼을 막기 위해서는 남성들이 스스로 챙겨야 합니다』

모든 것이 갖춰진 기혼 여성이 형편없는 수준의 남자를 따라가는 것은 100% 性的 욕구 때문이라고 한다. 性的으로 문제가 없으면서 경제력이 없으면 그래도 여자가 참지만, 性的으로 문제 있으면서 경제력까지 없으면 참아줄 여성이 이제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혼을 경험한 사람들은 이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16代 총선에서 낙방한 후 이혼까지 겹쳐 한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개그맨 金亨坤(김형곤·42)씨는 이혼할 때 시간이 불과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아 너무 놀랐다고 말한다.

『몇 초 만의 이혼에 충격』(개그맨 김형곤씨)

『솔직히 법정에 가면 판사가 「한 번 더 생각해 보라」고 말할 줄 알았어요. 법원에서 판사가 말리는 척이라도 하면 그거 핑계대고 뭉개볼 수도 있었을 텐데, 각자에게 이혼할 거냐고 물어보고, 아이는 누가 맡을 거냐 물어본 뒤 그대로 방망이를 땅땅 두드려서 정말 너무 황당했죠.

보통 이혼 후 3개월 안에 신고를 안 하면 이혼이 무효가 되므로 그게 어떤 역할을 할 거라고 하지만, 이혼을 원했던 쪽은 거의 대부분 법원에서 나오면 바로 구청으로 달려갑니다. 이탈리아 같은 나라는 이혼하는 데 몇 년 걸린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 가정법원은 「이혼 제조공장」이에요.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이혼하는데 절차가 몹시 까다로워 감히 이혼할 엄두를 못 낸다. 독일의 경우 부부가 1년 간 떨어져 있었다는 증거가 있어야 이혼을 할 수 있으며, 헤어진 아내 쪽이 아이를 키울 경우 자녀 양육비는 물론 그 아내가 직장을 갖기 전에는 생활비까지 남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혼한 아내가 다른 남자와 동거를 해도 남자가 생활비를 줘야 한다니 쉽게 이혼할 수가 없다.

金亨坤씨는 이혼하고 나서 6개월 간 혼자 살다가 공포감이 밀려와서 부모님 집으로 짐 싸서 들어갔다고 한다. 절박감과 함께 혹시 혼자 있을 때 아플까 봐 걱정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공연히 밖에서 좀더 놀려고 아내에게 누가 초상 났다며 거짓말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부모님이 「저 녀석이 어디 갈 데도 없나」 하고 측은하게 여기실까 봐 괜히 집에 늦게 가게 돼요. 여러 모임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데 부부동반 모임이 있으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돈도 많이 쓰게 돼요. 옷도 일일이 세탁소에 갖다 줘야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니 공연히 밖에서 빙빙 돌게 되고 술집에 가게 되지요.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심합니다』

金亨坤씨는 이혼할 때 한 번 더 생각하라고 권한다

『상대가 나에게 좋은 배우자는 아니더라도 내 자녀의 좋은 아빠, 좋은 엄마라고 생각되면 이혼하지 마세요. 이혼 당시 내 아들에게 아내가 좋은 엄마라는 것을 깨달았다면 절대로 이혼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혼하고 나니 철학자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모든 사물이 진지하게 보이고 낙엽이 눈에 보입니다. 진정으로 권합니다. 이혼하지 마세요』

金亨坤씨는 이혼자가 늘어날수록 섹스산업은 발달할 거라는 이색 주장도 내놓았다.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張모(44)씨는 자신의 이혼을 이렇게 얘기했다.

『내 몸 반 쪽이 잘려 나가는 것과 같은 고통을 느꼈어요. 나의 팔과 파트너의 팔이 잘려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는 게 이혼이더군요. 평생 둘다 외팔이 인생이 되는 겁니다. 아내가 다른 남자를 집안에 끌어들이지만 않는다면 이혼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는 이혼하기까지도 괴로웠지만 이혼한 이후가 더욱 괴롭다고 말한다. 이혼한 지 3년 되었는데 현재 아내와의 再결합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자녀들 때문이다.

『자녀는 「또 다른 나」입니다. 부모들은 자녀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혼을 합니다. 아이들은 적어도 결혼할 나이인 28세 정도까지 부모 슬하에 있어야 하는데, 못할 짓이에요. 자녀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볼 때 그 아픔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어요』

집안 일은 파출부에게 맡기고 허전한 건 참으면 되지만 자식들의 고통은 절대로 다른 것으로 대치가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高2와 中2인 아들과 주말에는 함께 지낸다. 아들들과 함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깔깔 웃지만 그 웃음 끝에 공허가 묻어난다고 한다. 자녀들에게 어머니 자리를 확보해 주지 못했다는 것이 그는 너무도 고통스럽다고 했다.

지나친 주변 간섭이 가정 깬다

아이를 두고 온 이혼녀의 경우 고통은 더욱 크다. 결혼한 지 3년 만에 파경을 맞아 7년째 독신으로 살고 있는 韓모(37·방송작가)씨는 우리나라 국민의 국민성이 바뀌지 않는 한 이혼은 줄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의 일에 유난히 관심이 많아요. 결혼생활을 할 때 시부모를 비롯한 시댁 가족들의 지나친 관심이 결혼을 깨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저도 그렇고 제 주변 친구들도 시댁 가족들의 과도한 간섭으로 이혼을 했거나 이혼을 목전에 두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韓씨는 결혼 당사자가 서로 갈등도 겪고 싸우기도 하면서 단단한 가정을 만들어 가야 하는데 주변에서 그럴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韓씨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으면서 남편과의 갈등이 시작되었는데, 부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도 하기 전에 시댁에서 과도한 참견을 해서 가정이 깨졌다. 남편이 아이를 키우기로 하고 재산을 반반 나눈 뒤 협의이혼을 했다. 결혼 후 3년 간 아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엄청난 고통을 느꼈으며 지금도 늘 가슴 한구석에 돌이 달려 있는 것처럼 무겁다고 한다.

『3년 동안 공황상태였어요. 사람도 안 만나고 미래도 설계할 수가 없었죠. 이혼한 뒤 과거에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연락을 끊었어요. 만나면 자연히 이혼 얘기가 나올 것 같아서였죠. 새롭게 일을 개척하느라 힘들었어요. 이혼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곱지 않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이혼 사실을 쉽게 말하게 되지 않아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결혼했어요?』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럴 때마다 韓씨는 『싱글이다』, 『독신이다』고 답했다고 한다. 「미혼」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집요하게 질문하는 경우를 많이 당한다고 한다.

『이 사회가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게 해요. 피곤할 때가 많아요. 신용카드를 만들 때 보면 「미혼」과 「기혼」란에 체크하고 결혼기념일을 기입하는 난이 있잖아요. 그럴 때는 잠시 주춤하게 됩니다. 「세상에는 미혼과 기혼만 있는 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심란해지죠』

  ▶「가치관이 같은 사람」 만나라 ....

이 사회가 이혼한 여성을 색안경 끼고 보는데다, 아이를 떼놓고 온 경우 더욱 좋지 않게 본다고 한다. 韓씨는 자신이 이혼 사실을 밝혔을 때, 순간 상대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는 것을 감지하고 기분 상한 적이 많다고 한다. 韓씨는 3년 간 혼자서 지독한 아픔을 겪다가 이혼자들이 모이는 통신모임에 가입해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마음을 치유했다고 한다.

『거기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혼의 갖가지 사례가 있고, 결혼생활에서 이혼할 수 있는 변수가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제가 그곳에서 느낀 것은 아이가 있는 사람은 이혼을 할 때 100번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거예요. 아이를 두고 온 사람이나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이나 자녀 때문에 받는 고통이 똑같이 너무도 커요.

남자들도 혼자 아이 키우기 힘들겠지만 여자 혼자서 아이 키우기 정말 힘든 곳이 대한민국입니다. 개인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나라에서 이혼한 사람들의 자녀양육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여성들이 아이를 키우기 위해 돈을 버느라 윤락 같은 위험한 직업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힘든 상황이니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제대로 할 수가 없지요』

이혼한 친구 가운데 낮에 시댁에 아이를 맡기고 저녁에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면하기도 싫은 시댁 식구에게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는 그 친구는 자신의 처지를 참혹해 한다고 한다.

韓씨는 결혼을 하면 누구든 문제에 봉착하게 되기 때문에 반드시 「가치관이 같은 사람」을 만나라고 권한다. 가치관이 같으면 문제를 해결할 때 마음을 합칠 수 있다는 것이다. 韓씨는 상대가 재산이 없더라도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권했다.

잘한 이혼 ....

이혼 이후 삶이 훨씬 나아졌다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8년 간 연애하여 결혼한 남자와 11년 만에 이혼한 崔모(41·사업)씨는 자신의 이혼을 매우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崔씨는 현재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두 딸을 키우며 결혼 전부터 하던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前남편이 사업에 실패한 뒤 수년 간 갈등이 있었고, 모든 빚을 떠앉고 자신이 위자료까지 준 뒤 3년 전에 이혼했다.

『최선을 다해 가정을 지키려고 했지만 이혼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설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죠. 제가 경제력이 있었기 때문에 前남편이 재기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기회를 줬어요. 그 덕분에 제가 어려워졌지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아무 미련이 없어요. 아직까지 경제적으로 압박을 당하고 있지만 제 딸들과 평온하게 살 게 된 것이 다행스럽습니다』

崔씨는 20代 때 남성을 선택하는 기준을 몰랐기 때문에 자신의 결혼이 실패했다고 스스로 진단했다.

『20代 여성들은 얼굴이 희고 좀 마르고 잘생기고 키 큰 남자를 좋아하죠. 겉모습을 판단기준으로 삼아 결혼한 뒤, 사랑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는 낭만적인 생각들을 하죠. 3개월은 너무 행복하고, 3년은 그럭저럭 살 만하죠. 3년이 지난 뒤에도 견디려면 여자는 존경할 수 있는 남자, 남자는 사랑스럽고 보호해 주고 싶은 여자를 선택해야 합니다.
사랑과 함께 현실을 봐야 합니다. 20代 때 결혼 적령기가 되었다고 떠밀리다시피 결혼하는 여자가 많은 것도 문제예요. 제 주위를 보면 40代에 결혼한 사람들은 거의 이혼하지 않아요. 좋은 선택을 할 안목이 길러질 때까지, 정말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고 싶어요』

崔씨에게 재혼한다면 어떤 남자를 선택하겠느냐고 묻자 「속마음이 넓고 깊이가 있으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이 된 남자」를 선택하겠다면서 『남자들은 대개 허세를 부린다. 나보다 잘난 남자를 만날 것 같지 않아 결혼하지 못할 거 같다』며 웃었다. 崔씨는 실제로 아름답고 능력 있는 여성이다.

  ▶ 극한상황까지 가지 말라....

崔씨는 극히 친한 사람 외에는 자신의 이혼한 사실을 알리지 않으며, 사업상 만나는 사람들에게 대화 도중 자연스럽게 아이들 얘기를 해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고 말했다.

부부가 이혼한 후 친구처럼 지내는 경우도 있다. 姜모(43·회사원)씨는 아내와 극한상황까지 가지 않고 서로 협의하여 12년의 결혼생활을 접은 이후 9년이 지난 지금까지 연락을 하고 지낸다. 이혼 동기는 두 사람의 생활 패턴이 달랐기 때문. 아내는 휴일에 쉬기 원하는 남편을 참지 못했고, 남편은 불시에 친구들을 집으로 끌어들이는 등 예측불허의 행동을 하는 아내에게 적응을 못 했다. 차츰 서로 대화가 없어졌고, 남편이 먼저 이혼을 제의해 거의 모든 재산을 아내에게 주고 이혼을 했다. 이혼 과정에서 충분히 대화를 해 서로에게 앙금이 남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姜씨는 지금까지 재혼을 하지 않았고, 전처는 미국인과 재혼했다 실패하고 미국에 살고 있다. 姜씨는 이혼 후 1년 동안 딸을 데리고 살다 딸을 전처에게 보낸 후 한동안 허전한 마음이 들었으나, 곧 회복했다. 딸과 지속적인 연락을 하고 있으며 딸도 일 년에 한 번씩 한국에 와서 아버지와 함께 지낸다. 姜씨는 미국에 갈 때면 전처의 새 남편과 만나 식사를 하기도 했다. 전처가 3년 전 미국인 남편과 헤어지고 어려움을 겪을 때 경제적인 지원도 해주었다. 이 모든 것은 딸이 정서적으로 안정된 가운데서 생활하도록 하기 위한 배려이다.

『자녀가 있더라도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되면 빨리 끝내는 게 좋다고 봅니다. 극한상황까지 가서 모두 상처를 받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감과 용기가 없어 이혼을 못 하면 서로에게 피곤할 뿐이죠』

그는 이번에 대학에 들어간 딸이 결혼할 때까지 변함없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아버지의 역할을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


취재를 하는 동안 주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봤더니 이혼한 친구가 없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대개 몇 가지 이혼 사례는 꿰고 있었다. 결혼한 지 며칠 만에 이혼했다는 사람 얘기부터 황혼이혼에 이르기까지 바로 내 옆에서 이혼이 쉴새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趙모(42)씨는 고등학교 동창회에 갔다가 친구 가운데 무려 여덟 명이 이혼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고 했다. 동창회에서 『너도 이혼했냐』며 서로 쑥스러워하는 웃지 못할 모습이 연출되었다고 한다.

『이혼의 형태가 각양각색이더군요. 全재산을 위자료로 주고 아이까지 떠맡은 녀석이 있는가 하면 재산도 고스란히 지키고 애까지 상대에게 떠맡긴 친구도 있어요. 그런데 사정은 다 달라도 이혼한 친구들이 하는 말은 똑같더군요. 「이혼은 죽어도 하지 말라」는 겁니다. 이혼한 다음날 햇빛이 쨍 하고 비칠 줄 알았는데, 앞이 캄캄하더니 점점 더 어두워진다더군요』

  ▶  재혼 때도 예쁜 여자 찾는 남자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체 혼인 중 재혼 비중은 여자의 경우 1990년 7.1%에서 작년 16.4%로, 남자도 8.4%에서 14.7%로 크게 늘었다. 남녀 모두 재혼인 경우는 10.9%로 혼인 열 쌍 중 한 쌍 꼴로 나타났다.

이혼녀들은 재혼을 원할 때 실리적으로 남자의 외모보다 능력이나 경제력을 보는 반면, 이혼남들은 여전히 여성의 외모에 관심이 많다.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한현숙 재혼팀장은 이혼남들은 자신의 나이와 상관없이 「외모가 뛰어난데다 가능하면 나이가 어린 여성」을 원한다고 한다. 또 이혼한 아내와 상반된 사람을 찾으려고 하고, 초혼에 대한 보상심리가 있다고 한다.

『이혼한 사람들은 분위기가 어두워요. 특히 남성들이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경우가 많아요. 자신감이 없어 보이죠. 특히 전처가 기가 센 여성이었을 경우 더욱 내성적입니다. 이혼녀들은 상대적으로 이혼남보다는 활발한 편입니다. 하지만 이혼 사실을 숨기려고 하죠. 여성 회원의 경우 직장에 전화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부모와 다시 합친 경우 집에도 전화하지 말라고 합니다. 반드시 연락을 휴대폰으로 해달라고 당부하죠』

한현숙씨는 재혼일수록 충분한 교제를 해야 한다고 권한다. 이혼남들은 자신이 이혼한 사실을 어느 정도 감수하려고 하나 여성들은 더욱 까다로워져 재혼이 힘들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초혼 이혼율이 40%인 데 비해 재혼 이혼율은 70%라고 한다.

이혼율이 높아진 원인 가운데 인터넷 사이트의 활성화도 한몫을 했다는 의견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집계한 이혼 사유 항목 가운데 「인터넷 중독」으로 이혼한 사람들도 있었다. 채팅으로 남녀가 만나는 일이 쉬워지면서 인터넷이 탈선을 부추기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이혼의 절차를 돕고 이혼 이후의 생활의 길잡이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검색 사이트에서 이혼관련 사이트를 검색해 보면 수십 개가 올라온다.

『이혼하고 4년 동안 공황상태를 겪을 정도로 안정을 찾지 못했어요. 매일 술독에 빠져서 지냈죠. 내 인생이 실패한 것 같아 자괴감에 시달렸지요. 누군가 이끌어줬더라면 쉽게 이길 수 있었을지도 모르죠. 내 경험을 살려 이혼한 사람들이 빨리 제 생활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자 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남씨는 이 사이트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이혼한 선배들의 도움으로 1년 정도면 안정을 찾는다고 일러 준다. 그는 이혼을 문제 해결의 한 방편이라고 말한다.

사이버 공간에 넘쳐나는 이혼 ....

이혼관련 사이트들이 법률적인 상담을 하거나 이혼 절차를 알리는 것에서 그치는 것과 달리 쏠로닷컴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모임을 가져서 회원들이 속히 안정적인 삶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동안 스무 쌍의 회원이 결혼했다.

『결혼을 준비할 때 어떻게 해야 한다. 결혼해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지 못하고 결혼했듯이 이혼하고 나니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정말 너무 답답했어요. 이혼하면 너무도 많은 문제가 다가옵니다. 남자가 혼자 아이를 키우려면 힘든 부분이 너무 많아요. 이런 사이트가 많아지는 것도 좋겠지만 국가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혼자들을 많이 만나본 그에게 이혼을 줄일 방법에 대해 물어보았다.

『어릴 때부터 올바른 결혼관을 가르치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결혼을 가족 對 가족이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부부가 되면 독립법인으로 떼 주어야 합니다. 본사와 유대관계는 있어야겠지만, 둘이 살도록 내버려두는 게 가장 좋습니다』

『이혼 문제가 현재 굉장히 私的으로 맡겨져 있습니다. 국가나 사회, 재판 제도, 상담 등 여과장치 없는 상태에서 당사자가 해결하게 되어 있는데, 훈련이 안 된 미숙한 상태입니다. 어떻게 절제하고 어떻게 어울릴 것인가 하는 인격적 성숙 문제가 전혀 훈련이 안 되어 있습니다. 자랄 때 부모나 형제로부터 상처받고 충격받은 일이 잠복되어 있는 상태에서 전혀 배경이 다른 사람과 가정을 형성하고 살다 보면 잠복된 분노가 전혀 제어되지 않고 원색적으로 드러납니다. 사회 최소 단위로서 기반이 되어야 할 가정이 깨지면 문제가 커집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朴昭鉉 상담위원은 이혼하지 않는 게 최선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호주 퀸즐랜드大 심리학 스펜스 교수가 지난해 4000여 가구를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혼 가정보다 가정 불화를 겪고 있는 양친과 함께 사는 아이들이 정서적인 불안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스펜스 교수는 『안정적인 한 명의 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에게 이혼은 위험 요소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며 『자녀들에게 위험을 안겨주는 것은 부모 불화와 양친 가운데 한쪽 또는 둘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모의 이혼이나 가출, 미혼모에 의한 출산, 빈곤과 학대 등의 이유로 「버림받은 아이」가 사상 최다인 1만2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0년에 비해 55.7%가 늘어난 숫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金勝權(김승권) 박사 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100가구 중 가족이 해체된 가구는 6.7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가족 해체의 원인으로는 사망이 60%이고, 이혼ㆍ별거ㆍ가출이 40%를 차지했다.

이혼 자녀의 50%가 非行 청소년 되거나, 정신적인 고통 겪어....

김정일정신과의원 김정일 원장(정신과 전문의)은 부부가 아무리 갈등이 크더라도 자녀를 위해서 결코 이혼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이혼 자녀의 50%가 非行 청소년이 되거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부모는 세상입니다. 부모가 이혼을 하면 아이는 사람을 못 믿게 되죠. 자녀에게 평생의 짐을 지우는 일입니다. 이혼 당사자들도 좋을 게 없어요. 이혼을 당한 쪽은 상처가 크고 수명도 짧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김정일 원장은 부부가 갈등을 겪을 때 싸우기보다 피하고, 이혼하기보다 별거를 하라고 권한다. 특히 자녀가 어릴수록 이혼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받는 상처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대여섯 살 때의 일도 평생 선명하게 기억한다고 한다. 꼭 이혼을 해야 한다면 적어도 자녀들이 사춘기를 지난 뒤, 가능하면 성인이 된 뒤에 하라고 권한다. 요즘은 심리적인 성장이 늦어 대학생이 되어도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상대방과 대화하고 이해하라 ....

김정일 원장은 부부가 만나서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남녀가 결혼을 위해 배우자를 선택할 때 전반적으로 천적이 만나게 됩니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는 매력적인 상대를 선택하는 거죠. 맞지 않는 사람과 만나서 기대가 높으니 갈등이 빚어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반대되는 성향을 만났을 때 유전적으로 뛰어난 2세를 낳게 됩니다. 상대가 낯설고 새로울 때 매력을 느끼다가 익숙해지면서 상대를 지루하게 느끼게 됩니다. 보통 결혼하고 3년이면 상대에게 흥미를 잃게 됩니다』

특이하게도 바람을 피울 때는 대개의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편안한 상태를 선택한다고 한다. 상류층에서 비슷한 상대끼리 결혼할 경우 자폐아가 태어나는 일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맞지 않는 부부가 싸우면서 살다 보면 아이에게 정성을 쏟게 되고 아이가 잘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부부가 맞지 않는 경우 문제가 생기고 그것이 긴장감과 보완감을 가져 오히려 결혼생활이 팽팽히 유지될 수도 있다고 한다. 김정일 원장은 이혼을 한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충고한다.


『서로 맞지 않아 이혼한 뒤 다시 재혼을 해도 자신이 변하지 않는 한 비슷한 패턴이 되풀이 되죠. 자신으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는 다른 사람을 만나도 또 나타납니다. 조건을 잘 맞추면 이혼율이 적다고는 합니다만, 사랑해서 결혼해야 희생할 수 있으므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야 합니다』

SBS TV에서 매주 토요일 밤 11시50분에 방영되는 「터닝 포인트」라는 프로그램은 한 마디로 파격적이다.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가 TV에 얼굴과 함께 자신들의 생활을 고스란히 세상에 내놓고 위기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제작진은 부부와 합의下에 집안에 관찰 카메라를 설치하고 10여 일 동안의 실생활을 촬영한다. 이혼 위기까지 몰렸으니, 두 사람은 수시로 다툴 수밖에 없다.

어떻게 자신들의 삶을 고스란히 공개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나타내는 이들에게 이 프로그램의 작가 최은영씨는 『이혼위기까지 온 부부들이다. 가정이 깨질 위기에 다다른 너무나 절박한 상황이라 남의 이목을 따질 때가 아니다』고 말한다.

필자는 그 프로그램의 애청자인데, 외도나 폭력 등 분명한 이유가 있어 이혼하려는 부부도 있었으나 남편이 집안에서 말을 너무 하지 않는다, 아내가 밖에 있는 자신에게 너무 자주 전화한다는 등 지나치게 사소한 일이 쌓여 결국 이혼을 거론할 때면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터닝 포인트」를 통해 봤을 때 남자들은 여자들의 잔소리를 지독히 싫어하고, 아내들은 남편의 무뚝뚝함을 못 견뎌 했다. 여자들이 조금만 참고, 남자들이 조금만 친절해도 이혼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되었다.

국가가 결혼에 개입하라 ....

최은영씨는 출연자들이 효과를 봤다는 방법 가운데 두 가지를 소개하면서 갈등이 있는 부부들이 꼭 시행해 보라고 권했다. 첫째는 부부가 서로 대화를 하되, 일정한 시간을 정해 놓고 상대방의 얘기를 끝까지 들으라는 것이다. 10분씩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상대의 얘기를 듣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고 한다. 두 번째는 서로 원하는 바를 다섯 가지 정도 써서 교환하고 방안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라는 것이다.

최은영씨는 이 프로그램을 50회 가량 만들면서 부부 사이의 가장 큰 문제는 「대화 부족」이며 해결책은 「상대방 입장에 서서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최은영씨는 이혼위기에 처한 부부들은 이혼을 결정하기 전에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라고 당부했다.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사람들 宋吉源 대표는 冠婚喪祭(관혼상제) 가운데 冠喪祭는 국가가 개입하여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지만 婚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더이상 婚에 국가가 개입하지 않으면 위기가 온다고 진단한다.

『부부이혼은 청소년 문제를 낳고, 이 문제로 기본 뿌리가 흔들리면서 비용부담이 늘어나게 됩니다. 경제 논리로 따져도 이는 엄청난 문제입니다. 국가가 교육을 통해 개입해야 하고, 이혼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상담은 고통받고 있을 때 필요한 겁니다. 교육이 우선되어야죠. 대학교에서는 性교육과 함께 결혼교육을 교양과정에 넣어야 합니다』

특히 중년교육을 활성화해 늘어나는 황혼이혼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개 사회 현상을 가장 먼저 파악하고 그에 대처하는 것은 종교단체이다. 기독교는 30여 개 가정사역 단체가 활동하고 있으며, 천주교는 ME(Marriage Encounter:참만남), 초이스 등의 결혼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톨릭에서는 이혼 자체를 금하고 있다.

宋吉源 대표는 현재 100쌍 중 2∼3쌍만이 결혼 전에 결혼에 관한 교육을 받고 있다며 결혼 당사자뿐만 아니라 부모세대도 동시에 교육을 받아 서로 문명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宋吉源 대표는 10년 간 행복한 가정 만들기 교육을 하다 보니 이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집안 배경이 건강한 경우, 교육을 잘 받고 가정의 의미를 아는 사람, 종교적 신념을 갖고 있는 부부는 이혼이 비교적 적다. 특히 어떤 종교든 종교적 신념이 있는 사람이 배우자에게 헌신적이다.

이혼을 하는 사람의 경우는 불행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 사전 교육이 안 되어 있는 사람, 정신적 신념의 울타리가 없는 사람의 경우가 많았다. 특히 결혼에 대한 환상심리나 결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사람, 결혼을 도피처로 삼는 사람도 결혼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결혼 후회하지만 再결합은 싫다 ....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梁貞子 원장은 어느 사회든 사회변화가 급격할 때 이혼율이 높다고 말했다. 과거 산업화를 먼저 거친 선진국의 이혼율이 높았다 다시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 나라도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서로를 존중하게 되면 이혼율이 낮아질 것이다. 특히 남성들의 가부장적인 사고가 없어지면 이혼율이 주춤해질 거라고 전망했다.

고순례 변호사는 이혼이 줄어들려면 남자들이 잘해야 한다고 말한다.

『요즘 이혼율이 늘어난 것은 여자들이 이혼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여자들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남자들이 잘하지 않아서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는 겁니다. 남자들이 아내들에게 잘해야 합니다. 가정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가정을 돌보지 않고 사회적 성공만 바라보다 보면 가정은 깨지고 맙니다. 술 권하는 사회, 밤늦게까지 흥청거리는 사회가 바뀌어야 합니다.

특히 다른 여자와 즐기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아야 합니다. 가정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기존의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가정의 위기가 옵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아내를 무시하는 남편들의 태도를 속히 바꾸어야 합니다』

이혼한 사람의 70%가 이혼을 후회한다고 한다. 후회의 가장 큰 원인은 자녀문제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혼한 사람들과 결혼관련 전문가들은 아이가 없을 때 부부 갈등이 심각하다면 미련 없이 이혼하라고 권한다. 이혼자들은 이혼을 후회하면서도 再결합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서로에게 입힌 생채기가 너무 커서 함께 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상대를 잘 선택해서 결혼한 다음 조금씩 양보하면서 가정을 잘 꾸려 나가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는 것이 이혼자들의 회한이다.

미국의 前 대통령 레이건의 부인 낸시 여사는 『남편이 대통령 재직 시절 나를 80% 도와주었고, 남편이 치매에 걸린 지금 내가 남편을 80% 도와주고 이해하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다』고 했다. 결혼 3년 만이면 완전히 흥미가 사라진다는 상대와 끝없는 갈등을 일으키며 살아야 하는 결혼 생활에서 레이건 부부의 8對2를 기억하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