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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그러진 결혼관… 이혼왕국 키운다<세계일보 2012.04.13>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 한 해 동안 32만9100쌍이 결혼하고 11만4300쌍이 이혼했다. 또한 2010년 결혼 4년차 미만의 신혼기 이혼율이 전체 27%, 결혼 20년차 이상은 24.8%였으며, 특히 50대 이상의 이혼인구는 5.2%로 10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로 알려졌던 전노민·김보연 부부와 개그우먼 조혜련 부부 등이 헤어져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처럼 연예인을 비롯한 공인들의 이혼 소식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나 갈등 부부에게 영향을 미치며 일종의 ‘베르테르 효과’와 같이 이혼율 증가로 전이될까 걱정이 앞선다. 개인과 가족, 그리고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혼 사유는 절반 이상이 성격차이이며 그 밖에 생활고, 고부갈등, 장모갈등, 종교, 폭력, 알코올, 도박, 무관심, 외도 등이다. 성격차이란 부부 간의 문화, 의식, 사고, 습관, 성격, 가치관의 차이다.
이는 가족의 가치에 대한 믿음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혼은 민법상 계약관계이며 부부의 동거와 사랑으로 자식을 낳고 가정을 이루는데 언제든지 계약조건을 위반하면 어느 한쪽이 문제를 제기해 혼인관계를 해제하고 이혼할 수 있다.
일전에 모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결혼 후 무너진 환상’을 주제로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 출연자가 남편의 멋진 모습을 보고 결혼했는데 연애 시절 ‘공약’을 지키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결혼에 대한 환상과 기대가 지나쳐 연애 시절 몰랐던 배우자의 일거수일투족에 실망해 서로 부부싸움을 한다.
결혼시장을 보면 상대의 성격, 가치관보다 조건을 우선시한다. 연애 기간에 충분히 상대와 대화하고 조화하는 연습을 한 후에 결혼을 결정해야 하는데도 외형적인 조건을 중시하다 보니 많은 부부가 시행착오를 겪고 신혼기에 헤어진다.
한 호텔 매니저에게 들은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다. 신혼여행을 온 부부 중 1주일에 2∼3쌍이 하룻밤을 보내지도 못하고 헤어진다는 것이다. 결혼준비 과정에서 혼수, 신혼여행, 주택구입 등의 여러 문제로 갈등하다가 급기야 신혼여행지에서 첫날밤 부부싸움을 하고 헤어지는 것이다. 전통적 삶에서 벗어나며 한국 사회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셈이다.
인간은 태어나 성장해서 결혼해 자식을 낳고 기르며 때가 되면 자연으로 돌아간다.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삶의 행복을 결정하는 인륜대사인 결혼을 위한 충분한 준비와 교육이 중요함을 새삼 느낀다. 요즘 우리 사회는 ‘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와 이념이 크게 약화돼 있다. 혼인율의 점증적 저하, 만혼 혹은 독신의 증가, 세계 최저를 다투는 급격한 출산율의 저하, 이혼율의 급증이 그러하다.
이혼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돼 버렸다. 물론 이혼을 꼭 나쁜 쪽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정의 위기는 곧 국가와 사회의 위기다. 가정의 건강은 사회발전의 초석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실현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늦기 전에 건강한 가정을 위한 결혼 예비교육, 부부 교육 등을 강화해 가정의 해체를 막아야 한다.
<최강현 제주 건강과 성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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